Page 126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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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교배’, ‘수정’, ‘문화적·철학적 경계를 넘다’라는 말은 결국 기독교
          가 구미 중심에서 벗어나 동양과의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는 1954년 가톨릭 사제의 자격으로 인도에 갔는데, 인도에서의 경험을 두

          고 그는 “내가 유럽을 떠날 때는 그리스도인이었는데, 인도로 가서는 내가

          힌두교인임을 발견하고, 돌아올 때는 불교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
          중에서도 그리스도인임을 그만둔 적은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혼자
          서 그리스도인, 힌두교인, 불교인이라는 ‘삼중 교적(triple membership)’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이종교배’, ‘수정’, ‘문화적,

          철학적 경계를 넘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입니다.


            나가면서




           이런 생각이 이 두 분 거장의 생각만은 아닙니다.  지금 그리스도교가
                                                      1)
          불교와의 대화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은 그리스도교에서 생각 깊은 이들이
          라면 공유하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이런 시점에 한국불교가 그리스도교와

          진지한 대화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복 일변도로서

          의 불교는 서양에 공헌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로 믿음을 강조
          하는 서양 종교를 위해 깨달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데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불교가 서양에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 되고, 이로 인한 ‘이종

          교배’로 피차간에 아름다운 새싹이 돋아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해 봅니다.



          1)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로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2001) 등 여러 책을 지은 성공회 주교
           쉘비 스퐁 신부와 ‘새롭게 등장하는 기독교’를 밝혀주는 『기독교의 심장』(2009) 등 많은 책을 저술한 마
           커스 보그 교수를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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