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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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설산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며 무아지경으로 걷는 환상적인 코
             스이기는 하나, 나의 목적이 설산의 장엄함을 즐기는 것보다 여기 어딘가
             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삼발라의 후보지에 신경이 쏠리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이 ‘싱가리아’가 미지의 베일을 벗고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것은 영국의
             죠셉(Joseph Dalton Hooker, 1817~1911)에 의해서였다. 식물학자이자 탐험가
             인 그는 영국 동인도회사 대표 아치볼드 캠벨의 협조로 시킴 왕국의 통행

             을 허락받아 1949년 브리얀(Brian Houghton Hodgson)과 함께 이 지방을 탐

             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국경지대에 자리 잡은 이 전인미답의 처녀지를
             발견하고는, ‘샹그리라’를 세상에 알린 제임스 힐튼의 소설을 패러디하여,
             비슷한 이름인 ‘싱가리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이 추측의 당위성은 16년이

             란 시간차에 있다. 그 소설이 세상에 회자된 때가 1933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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