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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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리라 > 샹그리라 > 샴발라
샴발라의 전설은 과거 천여
년 동안 설역 고원의 민초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유토피아
였고, 과학문명이 신을 만들
어 내는 현재에서도 진행형으
로 영원히 풀지 못하는 상상속
의 테마파크이다. 2)
반면 ‘샹그리라(Shangri-La)’
는 1933년 발행된 제임스 힐
사진 5. 싱가리라국립공원 입구.
튼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이란 소설의 무대인데, 그 독특한 소재로 인해 대단한 인기
3)
를 얻으면서 샹그리라 열풍을 일으켰다. 소설에 이어 영화 로까지 만들어
지면서 인도, 네팔, 부탄, 시킴 그리고 중국 등이 저마다 ‘샹그리라 류類 테마파
크’ 장사에 열을 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샹그리라는 샴발라의 영어버전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고, 오늘의 ‘싱가리라’는 또 다른 패러디에 해당된다.
2) 2000년도인가 일산 호수공원에서 <티베트 탕카전>이 열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필자는 그 전시회의
큐레이터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그림 중에 <시륜경사대종단성도時輪經四大種壇城圖>와 <천구절첩설
도天球折疊設圖>란 제목을 본 순간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접철’이란 뜻은 ‘접다’, ‘개다’라는
의미이니, 이 말은 “우주를 접거나 갠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이 일련의 그림들은 현대물리학에
서 요즘 가설로 제기되는 다차원多次元의 개념이나 블랙홀(Black hole)이나 우주공간의 주름설 같은 가설
과 상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그 뒤 내게 묵직한 화두로 남겨졌고, 그것이 나
로 하여금 티베트 마니아로 만들게 하였다. 나아가 ‘샴발라’라는 곳이 시간이나 공간이 주름 잡혀 겹쳐
진 곳에 정말로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긍정론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3) 그 뒤 같은 이름의 흑백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상영되었는데,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 TV에 방
송된 바 있고 몇몇 출판사에서 같은 이름으로 번역판도 출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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