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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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한 공덕이 행여나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뭇 존재들에게 돌리는
일종의 나눔의 마음을 갖는 것이고, 그 마음을 일상생활에서 실행하는
삶으로 펼쳐내는 보살로서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능엄주 기도를 하
고 마칠 때는 항상 회향게를 끝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집에서든 어디서
든, 개인적으로든 여럿이 함께하든 마찬가지입니다.
대승불교에서 특히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회향하는 삶’입니
다. 안으로는 회향의 마음을 갖는 것이고, 밖으로는 그 마음을 펼쳐내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보살의 삶이겠지요.
성철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승불교가 왜 위대할 수밖에 없는지 아나? 그것은 해탈에서 그
치지 않고 해탈지견을 공부의 끝으로 하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수계受戒를 하고 백련암에서 의무생활을 하고 있을 때, 어
느 날 성철스님께서 불쑥 당신의 공양상을 차리는 소임을 맡고 있는 도
반스님에게 들려준 말씀입니다.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이라는 용어
를 접할 때면 이 말씀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해탈은 상구보리上求菩提의
완성이요, 해탈지견은 상구보리의 회향, 즉 하화중생下化衆生이 그 주된
내용이겠지요. 그만큼 자신의 공부와 공덕을 뭇 삶들에게 되돌리는, 즉
회향의 삶을 사는 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체임을 잊
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마음에 새겼었습니다. ‘회향’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자신의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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