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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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문숭행록 발문 165
으로써 밝게 드러내셨다.
이를 비유하면 자석(磁石)이 바늘을 끌어들이고 맑은 연못에
달이 투영되듯 필연적인 이치이니,다시 무엇을 의심하랴.이른
바 둔한 놈을 일깨우고 나약한 사람을 분발시켰다 할 만하니,그
복된 이익으로 말하자면 작은 도움이 아니리라.후세에 배우는
사람들이 태만하여,그를 조금이라도 권면하면 곧 이렇게 말을
한다.
“그 분들은 성인이었고 나는 범부인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
를 여기에 비교하는가?”
슬프다.그들은 비근(卑近)한 데에 자신을 안주시키면서 위없
는 불승(佛乘)을 바라보나 꿈에도 될 수 없음을 내 장담하겠다.
제자 광분(廣馩)은 어리석게 사는 여가에 황송하게도 지극하
신 가르침을 만났다.끝까지 읽어보기도 전에 슬픈 눈물을 훔치
고 탄식하며,두려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넋이 나간 사람
처럼 갑자기 무얼 하려 했는지조차 잊었다.
그저 맑은 바람이 발밑에 스침을 보았을 뿐이다.
나 광분은 그 기록을 받아쓰라는 부탁을 받고 두려운 마음으
로 삼가 쓴다.
만력(萬歷)을유년(乙酉年)중동일(仲冬日,1585)
제자 광분(廣馩)은 합장하고 발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