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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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치문숭행록


                계율은 현묘한 도리도 아니며
                도선스님은 근기가 둔하지도 아니한데
                무엇 때문에 오래 머물러 10번이나 듣도록 하였을까?
                계율로 말미암아 도의 근본이 이루어지니

                골수까지 스며들어 그 견고함이 변치 않게 하고자 함이다.
                요즈음 계율을 수지한 자들은
                한번 받은 뒤에 높은 집에 묶어 두고
                대략이나마 그 의미를 연구하지도 않으니

                더구나 스승의 10번 강의를
                제자가 또한 10번을 듣겠는가.
                도선스님의 스승도 범상한 인물이 아니며
                율사 같은 대현인이 그 문하에서 나왔던 것도

                유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내 이로써 알 수 있도다.



                12.감응으로 정토를 보여주다[感示淨土]

                당(唐)의 혜일(慧日:680~748)스님이 바다를 건너 천축에 도

             달하여 선지식을 참방(參訪)하고 첩경이 되는 법요(法要)를 묻자,
             천축의 학자들은 모두가 정토를 찬양하였다.

                건타라국(健駄羅國)에 이르자 동북에 큰 산이 있고 거기에는
             관음상이 있었다.스님은 그 날부터 7일 간을 죽기를 기약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단식을 하였다.7일째 되던 밤에 홀연히 관음보

             살이 자금신(紫金身)을 나타내어 보련화(寶蓮華)에 앉더니 손을
             늘어뜨려 스님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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