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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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경어 서 19
참선경어(參禪警語)서(序)
경(警)자는 깨어난다는 뜻이다.또 어떤 사람은 놀래킨다는[驚]
뜻이라 하며,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하기도 한다.
“도둑이 큰 집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자.이때 주인이 등불을
밝혀 놓고 대청마루에 앉아서 기침소리를 내면 도둑은 겁이 나서
마음을 놓지 못한다.그러다가 조금 후에 깊은 잠에 빠지고 나면
그 틈을 타서 집안에 들어와 보따리를 다 기울여 털고 달아난다.
그러므로 경계가 엄한 성에서는 밤에 딱다기를 치면서 야경을 돌
고,군대의 진중(陣中)에서는 조두(刁斗:밥그릇 모양의 징)를 치면
서 밤경비를 한다.그러므로 갑자기 사고가 생긴다 해도 아무 근
심이 없게 되니,이는 미리부터 경비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생사(生死)라는 큰 근심이 있다.그런데
이것은 한없는 세월이 지나도록 깨지 못할 꿈이다.더구나 6근(六
根)이 도둑의 앞잡이가 되어 나날이 가보(家寶)를 털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므로 잘 깨달으신 선지식께서 경책해 주시는 뼈아
픈 말씀이 없다면 종신토록 꿈에 취해서 끝내 깨어날 날이 없을
것이다.이는 비단 잠들었을 때 주인노릇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낮에 눈을 뜨고도 계속 잠꼬대를 하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