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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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圓)․돈(頓)을 말할 수 있겠느냐,이쪽이다 저쪽이다를 말할 수
있겠느냐.잘못 알아듣지 말아야 하리라.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 원․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헤아리지도 말아야 하리니,여기
에서는 그런 사람이라야만 하리라.스승에게서 들은 말이나 그럴
싸한 말,또는 알음알이로 헤아린 말을 가지고 가는 곳마다 속을
드러내 자기 견해라고 해서는 안 되니,착각하지 말아야 한다.자,
이제 무슨 일이 있느냐?대중 앞에서 결택해 보라.”
그때 주주(州主)하공(何公)이라는 사람이 절을 올리고 청하기
를,“제게 더 자상한 법문을 베풀어 주십시오”하니 스님께서는
“이 자리엔 쓸 만한 인물 하나 없군”하셨다.
한 관리가 물었다.
“불법(佛法)은 물속에 어린 달과 같다 하던데 정말 그렇습니
까?”
“ 맑은 물결은 뚫고 들어갈 길이 없다.”
“ 스님께서는 어디서 그것을 깨치셨습니까?”
“ 어디에서 왔는가를 다시 물어라.”
“ 바로 이럴 경우는 어떻습니까?”
“ 관산(關山)이 첩첩 산길이로군.”
한 관리가 물었다.
“천 명의 자식이 빙 둘러 있는데 이 중에 누가 적자입니까?”
“ 당신 관할에 있는 주지가 이미 와서 질문하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