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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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서두르지 말게나.”



               “ 무엇이 학인의 분명한 일입니까?”
               “ 질문 한번 뼈아프게 하는구나.”



               “ 무엇이 한마디 교외별전(敎外別傳)입니까?”
               “ 대중에게 직접 물어보아라.그리고 오늘 여러분을 속였다고

            말하지 말아야 하리라.부득이 여러분 앞에서 한바탕 부산을 떨었
            으나 홀연히 눈 밝은 사람이 본다면 실컷 웃음거리나 될 것을 이
            제는 피하지 못하리라.

               이제 여러분에게 묻겠다.원래 어떠한 일이 있었길래 거기서
            무엇이 빠지고 부족하냐?아무 일 없다고 말해 준다 해도 벌써 서

            로를 매몰시키는 짓이다.반드시 이 경지에 도달해야지 말을 쫓아
            어지럽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자기 마음속이 새까만 경계라면 다
            음날 아침,먼 훗날에 큰일날 거리가 있으리라.그대들이 6근(六根)

            으로 생각하고 머뭇거린다면,옛사람이 세운 교화 방편에서 이쪽
            저쪽을 엿보면서 이 무슨 도리인가?할 것이다.
               알고 싶으냐.모두 한량없는 겁토록 그대 스스로 익혀 온 두터

            운 망상 때문에 한번 남의 말을 들으면 바로 의심을 내게 된다.
            그리하여 부처와 법․향상(向上)과 향하(向下)를 물으며 이해하려

            고 찾아 헤매나 더더욱 멀어질 뿐이다.마음을 냈다 하면 어긋나
            는데,더구나 마음을 내지 않음이 옳지 않은가 하는 말을 하겠는
            가.더 할 말이 있겠느냐.몸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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