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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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31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3승 12분교에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고,세상의 모든 큰스

            님들도 이리저리 자재하게 말해 주셨으니,그 설명한 도리를 바늘
            만큼이라도 끄집어내어 내게 가져와 보라.내가 이렇게 말한다 해
            도 죽은 말[死馬]이나 붙들고 고치는 쓸데없는 짓이다.그렇긴 하

            나 이 경계에 도달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그대들에게 말 속에
            메아리가 있고 말마디 속에 칼끝을 감추는 근기가 되기는 감히 바

            랄 수도 없는 일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그
            저 바람 잠잠하니 물결이 고요하구나.귀신들아,마음껏 먹어라[伏
            惟尙饗:제사 끝에 붙이는 축원].”



               “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한마디입니까?”

               “ 북두 속에 몸을 숨긴다[北斗藏身].”*
                                               3)

               “무엇이 근본 뜻[宗]입니까?”

               “ 묻지 않으니 답하지 않는다.”


               “‘ 3계는 오직 마음이며 만법은 다 식이다[三界唯心萬法唯識]’

            하였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 오늘은 대답하지 않겠다.”

               “ 어째서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 어느 세월에 알겠느냐?”


            *북두장신(北斗藏身):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일상을 뛰어넘은 도의
              경지를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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