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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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17
서 문
태고의 문도들이 그 스승의 어록을 출판하려고 나[韓山 李穡]
에게 서문을 청하였다.그러나 스님의 행장은 내가 이미 그 비명
에 썼고,스님의 법문은 여러 납자들에게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
이제 한 책을 만들었으니 새삼 무슨 군소리를 하겠는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알겠지마는,스님은 석옥(石屋:1272~
1352)스님의 법제자로 임제(臨濟)의 18대 손이다.연경(燕京)에서
처음 법을 여니[開堂]그 명성은 천자를 움직였고,선조(先朝:공
민왕)의 스승이 되니 그 덕은 나라 사람들에게 입혀졌다.30여 년
동안 조용히 사람들을 가르쳐 인도한 일은 진정 붓으로 다 표현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이 도(道)란 하늘과 땅을 덮고 형상과 이름을 넘어선 것
인데,거기에 무슨 문자나 언어가 있겠는가.지금 아무리 이 책을
출판한다 하지마는 다 고인(古人)의 말찌꺼기인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로서는 차마 스승의 몸이 죽음에 따라 그 언행까
지 다 없어지게 할 수는 없어서 그가 끼친 교화가 후세까지 끊어
지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다.아아,제자로서 스승에 대해 이렇지
않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