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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霧山)으로 가서 석옥 청공화상을 만나 보고,깨달은 바를 자세히
말한 뒤에 ‘태고암가’를 바쳤다.석옥화상은 스님이 큰그릇임을
굳게 믿고 일상사를 물었다.스님은 다 대답하고*나서 다시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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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물었다.
“이밖에 또 어떤 일이 있습니까?”
석옥화상은 “노승도 그러했고 삼세의 불조도 그러했소”하고,
가사를 주어 신(信)을 표하고는 “노승은 이제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소”하였다.석옥화상은 임제(臨濟)의 18대 손이다.스님
을 반 달 동안 머무르게 한 뒤에 떠나 보낼 때에는 주장자를 주면
서 “부디 잘 가시오”하였다.스승은 절하며 그것을 받고 연도(燕
都)로 돌아오매 성안에 명성이 널리 퍼졌다.천자는 이 소문을 듣
고 영녕사(永寧寺)에서 개당하기를 청하고,금란가사와 침향불자
등을 내리셨다.황후와 황태자는 향과 선물을 내렸으며 왕공(王公)
과 남녀들은 달려와 예배하였다.
무자년 봄에는 본국으로 돌아와 미원장(迷源莊)소설산(小雪山)
에 들어가 몸소 밭을 갈면서 4년을 지냈다.임진년 여름에는 현릉
(玄陵)이 스승으로 맞이하려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가,다시 사신을
보내 간절히 청하므로 부득이 갔다.그러나 그 해 가을에 굳이 사
양하고 산으로 돌아왔다.얼마 안 되어 일신(日新)의 변란(變亂)이
일어났다.병신년 3월에는 스님을 봉은사(奉恩寺)로 모셔 설법을
청하였는데,선교(禪敎)의 스님들이 모두 모였다.현릉은 친히 나
와 만수가사와 수정염주 및 그 밖의 옷과 기구를 바쳤고,스님은
사자좌에 올라가 종지(宗旨)를 드날렸다.천자는 여러 가지 빛깔로
*문답한 것은 적지 않는다.【원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