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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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득통거사(得通居士)에게 주는 글
만일 그대가 이 일을 참구하려 한다면,그것은 승속에도 있지
않고 남녀에도 관계없으며,초참․후학에도 관계없고 또 여러 생
의 훈습에도 있지 않는 것이요,오직 당사자의 한 생각 진실하고
결정적인 믿음에 있는 것이오.그대가 이미 이렇게 믿었거든 다만
하루 스물네 시간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
니까?’하니 ‘없다’하였다는 화두를 드시오.특히 이 마지막 한마
디를 힘을 다해 드시오.언제나 끊이지 않고 들어 고요하거나 시
끄러운 속에서도 공안이 앞에 나타나며,자나깨나 그 화두가 분명
하여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고,의심덩이가 의심하지 않아도 저
절로 의심되면,마치 물살 급한 여울의 달과 같아서,부딪쳐도 흩
어지지 않고 쓸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오.진실로 그런 경지에
이르면 세월을 기다리지 않고도 갑자기 한 번 온몸에 땀이 흘러
스스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오.간절히 부탁하오,
부탁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