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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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지득시자(志得侍者)에게 주는 글
그대가 진실로 이 일대사인연을 참구하려거든 하루종일 행주좌
와하는 가운데 ‘모두 타서 흩어졌는데 어느 것이 내 성품인가?’라
는 화두를 들되,언제나 들고 항상 의심하여 고요한 데서나 시끄
러운 곳에서나 부디 끊기지 않게 하라.자거나 깨거나 한결같아야
하고 어디서나 언제나 분명하며,기뻐하는 때나 성내는 때나 화두
가 다시 들지 않아도 저절로 나타나야 한다.그런 경지에 실제로
이르면 의심덩이가 부서지고 바른 눈이 열릴 때가 가까워진 것이
다.
혹 그렇지 못하여 낮이나 밤이나 되는대로 하고 떼를 지어 다
니면 혼침과 산란이 섞이고 순간순간에 어긋나 온갖 선악과 성색
에 끄달릴 것이다.그리하여 금년도 그렇게 보내고 내년도 그렇게
갈 것이니,만일 그렇다면 아무리 미륵이 하생하여도 손 쓸 때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