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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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도력이 업력을 이기지 못해 죽고 나서는 가는 곳마다 자유롭
지 못할 것입니다.만일 철저히 깨치지 못했으면 꼭 하고야 말겠
다는 큰 뜻을 일으켜 옷 입고 밥 먹고 담소하는 하루 스물네 시간
어디서나 그 본래면목을 참구하시기 바랍니다.어떤 이의 말에,
‘금생에 이 세상에 나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바로 부모가 낳아
준 면목이지마는,어떤 것이 부모가 낳아 주기 전의 본래면목인
가?’하였습니다.다만 이렇게 끊이지 않고 참구하여,생각의 길이
끊어지고 의식이 움직이지 않아 아무 맛도 없고 더듬을 수도 없
는 데 이르러 가슴속이 갑갑하더라도 물거품이 될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그것이야말로 상국께서 힘을 얻을 곳이요 힘을 더는 곳
이며,또 안신입명(安身立命)할 곳입니다.간절히 부탁하고 부탁합
니다.
다시 답함
전에 대유령의 매화를 보냈을 때 선물을 주시고 또 회답에 무
자(無字)화두를 드신다 하니,산승은 상국께서 일찍부터 ‘무’자를
참구하고 있음을 몰랐기 때문에 친히 소식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들으매 다시 묻는 말에 이렇게 공부하리라 하시니
도리어 근심스럽고 놀랍습니다.부디 더욱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
랍니다.옛사람들은 한마디나 반 마디를 내려 사람들로 하여금 제
자리를 잡고서 움직이지 않게 하였습니다.비록 일상생활에 천차
만별한 일이 있더라도 뜻이 그 위에 있어 다른 것을 따라 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