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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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면,구태여 다른 화두를 참구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다른 화두를 들 때에도 ‘무’자를 참구해 떠나지 않는다
면 반드시 ‘무’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익숙해질 것입니다.부디 다
른 화두로 바꾸어 참구하지 말고 다만 하루 스물네 시간 무엇을
하든지 늘 드십시오.
한 스님의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
으니 ‘없다[無]’하였다는데 ‘무’라고 한 마지막 한마디를 힘을 다
해 들되,부디 언제 깨치고 깨치지 못할까를 기다리지 말고 재미
가 있고 없음에 신경 쓰지도 말며,또 힘을 얻고 얻지 못함에도
관계치 마십시오.‘무’자 그것만을 오로지 들어 그대로 나아가면,
들지 않아도 화두가 저절로 들리고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
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의식이 작용하지 않으며 조금
도 재미가 없어 마치 모기가 무쇠소의 등에 올라간 것 같더라도
허사가 될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거기는 과거의 여러 부처님과
조사님이 몸과 마음을 던져 버린 곳이요,또 상국께서 힘을 얻고
힘을 덜어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될 곳입니다.거기서 몸을 뒤쳐 한
번 던져 버리면 비로소 도란 한번 시작하면 철저하게 해야 된다
는 것을 알 것입니다.
한 주먹에 황학루(黃鶴樓)를 때려눕히고
한 발길로 앵무주(鸚鵡洲)를 차서 뒤엎는다
의기(意氣)에 의기를 더 보태니
풍류스럽지 않은 곳도 풍류스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