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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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도우면 반드시 비방이 따른다.그러나 아는 사이에는 거절할
수가 없다”하였다.
지금 스님의 어록을 보니 거기에 ‘부처란 한 줄기 풀이니,풀
이 바로 장육신(丈六身:佛身)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이것이면
부처님 은혜를 갚기에 족하다.
나도 스님에 대해 말한다.
나기 전의 면목을 이미 보았다면 한결같이 향상(向上)해 갈 것
이지 무엇 하러 오늘날 사람들에게 글을 보이는가.기어코 한 덩
이 화기(和氣)를 얻고자 하는가.그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
다.나도 이로써 은혜 갚았다고 생각하는데,스님은 어떻게 생각
하는가.스님은 지난날 지공스님과 평산스님을 스승으로 삼았는
데,지공스님과 평산스님도 각각 글을 써서 법을 보였다.
소암 우공(邵菴虞公)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천지가 하나로 순수히 융합하니
부질없는 몸이 온종일 한결같다
왔다 갔다 하다가 어디서 머무를까
서른여섯의 봄 궁전이다.
地天一醇融 閑身盡日同
往來何所止 三十六春宮
대개 이치에는 상(象)이 있고 상에는 수(數)가 있는데,36은 바
로 천지의 수다.천지가 합하고 만물이 자라는 것이 다 봄바람의
화기에 있듯이,이른바 하나의 근본이 만 가지로 달라진다는 것도
다 이 마음이 움직일 수 있고 그치게 할 수 있는 것으로서,나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