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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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내가 총림에 몸을 담은 지 거의 30년 동안 당대의 큰스님들을 만나
            본 일이 많았으나 세상을 떠나 단구산(丹丘山)봉우리에 문을 닫고,나날
            이 초목들과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을 벗어 던져 버렸다.그러나 옛 버릇
            을 잊지 못하고 조는 틈에 손에 닿는 대로 케케묵은 옛 상자 속을 뒤지
            다가,마침 강서(江西)효영 중온(曉瑩仲溫)스님의 저서  나호야록(羅湖

            野錄)  한 질을 찾았다.첫머리를 펼치니 무착(無着)스님의 서가 있었다.

                 숱한 옛 철인들이 도에 들어간 기연(機緣)중에 선서에 기재되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그 허물은 당시 뛰어난 스님들이 편집하면서 빼먹었기
               때문이다.이는,종문(宗門)을 보호하고 불법을 넓히려 하는 마음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급기야는 훌륭한 분들을 보고서 자기도 그렇게 되
               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허한 탄식만을 더해 주었다.

               이 말을 자세히 음미해 보니,참으로 우리처럼 게으르고 오만스러운
            자의 병폐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다.이를 계기로 평소 대중으로 있을

            때에 보고 들었거나,선배 또는 근세 스님들에게서 본받고 기록할 만한
            말들을 더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책이 완성되어 무봉(鄮峰:育王山)의 불조(佛照:德光禪師,1121~
            1203)노스님에게 올렸더니,이를 보시고 기뻐하시면서 시자 도권(道權)
            에게,이는 참으로 우리 종문의 훌륭한 일[盛事]이라면서 어찌 목판에 새
            겨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하셨다.

               그래서 이 책을  총림성사(叢林盛事)라 이름하였다.나를 알아주거
            나 나를 허물하는 것이 여기에 있으니 비웃지 말기를 바란다.

                 정사(丁巳)경원(慶元)3년(1197)8월 15일 도융(道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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