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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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自敍)
내 처음 남민(南閩)땅을 떠나 멀리 강표(江表)로 돌아올 때,분수에
맞게 기꺼이 초목과 함께 지내리라 생각하고,성산(城山)에 풀을 베어 암
자를 짓고 상서(尙書)손중익(孫仲益)이 써 준 ‘운와암(雲臥菴)’이라는 편
액을 걸었다.손씨는 다시 시 한 수를 보내 왔는데 그 가운데
내 한 몸과 이 세상이 서로 맞지 않는데
구름은 한가로이 누워 날지 않네.
身世兩相違 雲閒臥不飛
라는 구절이 있었다.그는 참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높다란 정상의 매서운 추위란 늙은이가 살기에 알맞은 곳이
아니어서 8년을 살고는 나날이 병만 생겨나므로 곡강(曲江)감산(感山)으
로 옮겨 살게 되었다.운세가 이미 떠난 뒤라 세상과는 나날이 멀어지니,
때에 따라 잘 처신하면서 기력이 다하여 죽을 날만을 기다렸다.때로는
소나무 언덕에 올라 무더위를 피하고 때로는 초가 처마 밑에서 포근한
햇살을 쪼이노라니 몸은 한가롭고 하릴없었으며,지나가다 들른 손님이
나 친구가 있으면 이야깃거리가 없어 지난날 보고 들었던 공경(公卿)사
대부와 옛 선승의 남기신 말과 뛰어난 발자취를 거론하여 물외(物外)에
서 담소하는 낙을 삼아 왔다.
옛사람이 말하지 않았던가?“얘들아!잠깐 들은 것만으로도 귀에는
익숙해진다”라고.마침내 서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기록하여 운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