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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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좌원(起座元:起藏主)이 이 원고를 가지고 나를 찾아와 이 책을 간
행하는 즈음에 서문 한마디를 청하기에 나는 서너 차례 상세히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이는 비록 고애스님이 보고 들은 바를 편집한
것이라 하지만,엮어 가면서 때로는 찬(讚)을,때로는 염(拈)을,때로는 착
어(着語)를,그리고 사실기록을 썼다.하나하나의 문장들이 모두 그의 가
슴속에서 흘러나온 것이니,어떻게 이를 모방과 표절로 엮어진 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이로써 고애스님이 편집한 만록 은 모두 깊숙이 숨겨
진 아름다운 옥을 내보여 준 것이지 쓸모 없는 돌덩이가 아니며 불지스
님의 비점은 모두 소반 위에 구르는 구슬이지 고기 눈알*이 아님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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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내가 여기에 허튼 말을 붙인다면 도리어 아름다운 주옥에 흠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뿐이었다.그러나 기형(起兄)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
어 다시 사족을 붙이게 된 것이다.아!이 만록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
으니 양웅(揚雄)이 태현경(太玄經) 을 저술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
을 샀다 하지만 양웅이 후세에 또다시 태어난다면 반드시 나의 태현경
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고사가 있듯이,이 만록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함순(咸淳)임신(壬申:1272)여름 청장 신암(淸漳信庵)의
진숙진(陳叔震)은 서문을 쓰다.
*고기눈알:진주에 섞인 고기 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