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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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역에서 외롭게 몇 해를 지내다가 홀연히 이 편지를 받고 보니
술에서 깨어난 듯,죽었다 다시 소생한 듯 뛸 듯이 환호하였다.동쪽을
바라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재삼재사 펼쳐 놓고 음미하면서 책을 매만지
며 감탄하였다.
“만송스님이 서역에 오신 듯하다.그 한 조각 말,반쪽 글자들이 모두
귀결처를 가리키고 안목을 내놓은 것이로다.고금에서 가장 뛰어날 정도
로 높아서 만세의 모범이 될 만하다.인간과 하늘을 저울질하고 조화해
내는 자가 아니라면 뉘라서 여기에 동참할 수 있으랴.”
나는 동료 관원 몇 명과 아침저녁으로 이 책에 푹 젖어 지냈는데 큰
보배산에 오르는 듯 화장세계 바다에 들어간 듯하였다.굉장하고 진귀한
보물들이 광대하게 갖추어져 있어 이쪽을 가도 저쪽을 가도 맞닥뜨려 눈
이 풍부해지고 마음도 배불렀으니 어찌 세간의 언어로 그 만 분의 일이
나마 형용할 수 있겠는가?내 감히 그 훌륭한 것을 독차지할 수 없어 천
하와 공유하기로 생각하였다.
그런 차에 서로의 나이와 관계없이 교분을 맺어 오던 경성(京城)의
사제 종상(從祥)이라는 자가 이 책을 세상에 펴내서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그래서 이에 서(序)를 쓴다.
부처님과 조사,여러 스승이 뿌리를 천 길 땅 속에 묻으니
백칙의 기연들이 세상에 나와서 싹을 틔웠네
천동은 가지를 빼려 하지 않는데 만송인들 어찌 덩굴을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