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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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제시하는데 숙면일여, 내외명철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선문정
로』는 참선 수행의 지침서이자 그 수행과 깨달음의 차원을 점검하는 시
금석을 자처한다.
구경무심론은 근본무명을 완전히 타파하여 아뢰야식을 벗어난 무심
이라야 진정한 무심이며 견성이라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것
은 제3장 「번뇌망상」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뒤 이후 제6장 「무념정종」,
제7장 「보임무심」, 제9장 「사중득활」, 제12장 「상적상조」의 장에서 거듭
논의된다.
구경무심론은 유식학의 논의를 적극 활용한 점, 제7식의 설정을 반
대한 점, 몽중일여를 제7지 6추에 배대하고 숙면일여를 자재위 3세에
배대한 점, 무심의 범주를 아뢰야식의 3세 소멸로 한정한 점 등에서 성
철선의 특징을 드러낸다.
다만 이러한 구분은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
다. 사실 전체 『선문정로』에서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은
서로가 서로를 성립시키는 삼위일체적 관계에 있다. 그것은 성철선을
지탱하는 3개의 솥발로서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예컨대
「무생법인」 장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자.
선문정전禪門正傳의 돈오는 망상이 멸진한 구경무생을 내용으로 한
원증圓證의 돈오이다. 선문의 오悟는 증證으로 생명 삼아 해解는 망
상정해妄想情解 사지악견邪知惡見으로서 근본적으로 부인하며 절대
배척한다. 이유인즉 망상정해妄想情解로는 심성心性을 정오正悟하며
정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60
60 퇴옹성철(2015), p.124.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