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7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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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47




               부터 새로운 질서가 건립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에 비해 퇴옹은 불교 수행에서 여전히 ‘깨달음-깨침[覺]’이라는 완
               고한 수행의 목표와 그 조건 내에서   다시 말하면 한국 불교 정치학적

               틀 내에서 - ‘범(凡)·속(俗)’과 ‘성(聖)·승(僧)’의 간극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따라서 인간의 현실적인 불교적-사회적 규
               범의 해체라는 길을 무조건 승인하지는 못했다. 적어도 불교 혹은 불교

               수행 내에서 오히려 그 순도(純度)를 높여가는 순수성을 보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다섯째, 구체적인 각 지역의 역사 속에서, 퇴옹과 양명의 심성론-수
               행론의 ‘행방’은 차이를 보인다. 다시 말해서 양명은 심성론-수행론은

               그 이후 제자들 사이에서 좌, 우, 중도라는 여러 파(派)로 나뉘면서 다채

               롭고 치열한 전개를 보이며 이론적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이에 비해 퇴
               옹의 그것은 한국 불교계에서 특정 시기의 논란을 제외하면 양명학파

               만큼의 지속적인 논의와 다양한 이론적 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양명학은 중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근대 역사에도 주자학
               과 맞서면서 다양한 사회적 학술적 영향을 미쳤다. 퇴옹의 돈오돈수론

               은 한국불교의 정통을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데 그것이 왜 지속되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그 행방은 무엇인지를 고민
               하게 만든다. 이 점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皆我師也,安可以不樂受而心感之乎, 某於道未有所得,其學鹵莽耳, 謬爲諸生相從於此, 每
                 終夜以思,惡且未免,況於過乎, 人謂事師無犯無隱,而遂謂師無可諫,非也, 諫師之道,直
                 不至於犯,而婉不至於隱耳, 使吾而是也,因得以明其是, 吾而非也,因得以去其非, 蓋敎學
                 相長也, 諸生責善,當自吾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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