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6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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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 『퇴옹학보』 제17집




            더 나아가 대중적, 민중적, 자연주의적인 진보(=좌파)의 길을 걸어가기도

            한다. 양명은 ‘나’부터 시작하라고 하며, 자신부터 잘잘못을 교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스승은 위, 학생은 아래가 아닌 동등, 평등

            한 존재였다. 이렇게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수평적 가르침-배움의

            선순환구조를 열고 스승도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교육학을 제시하였
               66)
            다.  양지는 동등, 평등하기에 누구나 ‘나’로부터 실천 가능하며, 나로



               드러났다. 포개지고 뒤얽히고 짓눌려서 마치 숨이 끊어져 죽을 것 같은 드렁허리(=논메
               기)를 홀연히 나타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상하  좌우  전후로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
               서 드렁허리들에게 몸을 움직이고 기가 통하게 하여 생명력을 되찾도록 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드렁허리를 살려내는 정신은 양명학이 지향하는 ‘나’로부터
               새롭게 공공질서를 건립하려는 정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최재
               목, 「陽明學과 公共性」, 『유학연구』34호,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2016.02)를 참조 바람]
            66)  이 대목은 왕양명이 쓴 ‘교조(敎條)를 용장(龍場)의 여러 학생에게 보여주다’라는 뜻의 글
               「교조시용장제생(敎條示龍場諸生)」(『양명집』권26)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교조시용장제생」은 네 조목의 평이한 교육 원리, 즉 (1) 입지(立志), (2) 근학(勤學), (3)
               개과(改過), (4) 책선(責善)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의 문장은 그 가운데 제일 마지막 조목
               인 ‘책선’의 끝 부분에 나온다.

               “나는 도(道)에 대해서 아직 얻은 바가 없다. 학문도 조잡할 뿐이다. 잘못하여 여러분들이
               서로 따르기에 [스승이 되어] 밤이면 밤마다 “나는 아직 악(惡)마저도 벗어나지 못했다. 물
               론 과오[過]는 말할 것도 없다”라는 것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스승을 받드는 데는 무
               례하지 않고 숨기지 않는 법이다”라고 말하고서, 마침내는 “스승에게는 간언할 만한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스승에게 간언하는 길은 정직하되 무례하지
               않도록 하고, 완곡하지만 숨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옳은 바가 있다면
               여러분의 간언에 의해 그 옳음이 분명해질 것이고, 만일 나에게 그른 바가 있다면 여러분
               의 간언에 의해 그 그름이 제거될 것이다. 대저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커가는 것이다. 내
               가 여러분에게 선한 일을 하도록 권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責善,朋友之道,  然須,  忠告而善道之,悉其忠愛,致其婉曲,使彼聞之而可從,繹之而可
               改,有所感而無所怒,乃爲善耳, 若先暴白其過惡,痛毁極詆,使無所容,彼將發其愧恥憤恨
               之心, 雖欲降以相從,而勢有所不能, 是激之而使爲惡矣, 故凡訐人之短,攻發人之陰私,以
               沽直者,皆不可以言責善, 雖然,我以是而施於人,不可也, 人以是而加諸我,凡攻我之失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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