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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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 『퇴옹학보』 제18집
Ⅰ. 들어가는 말
백일법문은 퇴옹성철(退翁性徹, 1912~1993) 스님(이하 퇴옹으로 약칭)이 해
인총림 방장에 취임했던 1967년 12월 4일부터 1968년 2월 18일까지
약 석 달 동안 설한 대중법문을 말한다. 이 때의 법문이 백일법문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약 100일에 걸쳐 법문이 설해졌기 때문이다. 퇴옹은
이 기간 동안 매일 두 시간씩 대적광전을 가득 메운 사부대중들을 대상
으로 대법석을 펼쳤다. 1)
해인총림에서 열린 이 법석은 교단 안팎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
러 모았다. 그 이유는 무대가 된 해인총림이 왜색불교를 청산하는 불교
정화의 결과로 탄생한 도량이었고, 정화 이후 비구 교단이 어떻게 변모
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일법문이 현재까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넘어 법문이 갖는 교리적 깊이와
내용 때문이다. 백일법문은 넓이로 보면 초기불교에서 시작해 선종에
이르기까지 전체 불교사상을 종횡으로 아우르고, 깊이로 보면 불교사
상의 핵심 줄기를 잡아 불교사상을 일목요연하게 꿰뚫고 있다.
설법순서는 대체적으로 불교사상사의 전개 순서로 진행되고, 내용적
으로 보면 초전법륜의 중도선언으로부터 시작해 중관과 유식사상, 천태
와 화엄사상을 거쳐 선종의 돈오(頓悟) 사상과 수증론에 이르기까지 불
2)
교사상의 고준한 봉우리들을 굵은 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백일
1) 원택 스님(2012), 115.
2) 서재영(2015a),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