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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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퇴옹학보』 제18집
향력이 쇠퇴하는 시기로 기존 교판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사상적 체계
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둘째, 일본불교에서 발원한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의 등장과 이에 따
른 교리적 혼란이다. 근대 이후 불교학계에는 문헌학에 바탕을 둔 연구
방법론이 도입되고, 이런 연구방법은 대승경전을 비불설(非佛說)로 낙인
찍는 소위 비판불교학을 낳았다. 대승비불설은 전통적 교판의 권위를
해체하는 것은 물론 대승경전에 기초한 신앙과 교리체계를 흔드는 것이
었다. 따라서 이런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교학적 정리가 요구되었다.
셋째, 1960년대는 정화불사 이후 한국불교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설
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는 왜색불교 청산과 한국불교 전통
의 복원이라는 기치를 내건 비구 종단이 어디로 갈 것인가와 관련된 문
제이기도 했다. 전법에 초점을 두었던 대처불교를 청산한 만큼 그것을
대체한 비구 종단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승가상을 정립할 것인
지는 중차대한 과제였다.
넷째, 갈등과 대립이라는 사회적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불교적 해법
을 요청받고 있었다. 중도법문이 설해지던 1960년대는 민족적 차원에
서 보면 해방 이후 격화된 친일과 반일,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분단과 전
쟁으로 초래된 남북갈등과 대립, 이념적 차원에서 보면 좌우 이념갈등
과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였다. 이와 같은 사회적 대립과 갈등은 곧 사회
적 고(苦)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불교는 이와 같은 사회적 고를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을 요청받고 있었다.
이상과 같은 교단 안팎의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