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5년 2월호 Vol.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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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교, 티베트불교, 일본불교, 서양불교 등이 혼재하는 다불교

 시대가 되었다.
 일불승의 정신이 새삼 중요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은 슬퍼하기에 앞서
 작금의 상황 때문이다. 다양한 불교전통이 갖는 차이를 부
 각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고집한다면 갈등만 고조될 것이다.   넘어서야 할 것들이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전통을 종합하여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야할 책무가 있다.  _  장웅연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국불교는 대승도 소승도 아닌 다승
 (多乘)불교가 되어야 한다. 다승불교는 수많은 전통이 난립

 하는 불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불승의 논리로 보면 다
 승이 곧 일승이기 때문이다. 삼승이 방편이었듯 다승불교
 역시 방편적 구분이다. 근기와 취향에 따른 접근은 다양하  ─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각
 고 형식과 그릇은 다승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배들  하지 않으면 삶이란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멍하니 하늘
 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완전한 깨달음을 통해 자기완성  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비로소 멍하니 하늘을 바

 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다승불교는 일승으로 통  라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법이다. 이렇듯 사람은 생
 합된다.     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생각으로 위기를 모면하면서 삶을
          지탱한다.

            생각은 이렇듯 중요하지만, 생각의 과잉은 행복의 결핍을
          낳는다. 생각이 앞서면 실상(實相)을 놓치고, 생각이 많은 자
          는 우유부단하다. 생각으로 가득한 삶은 두개골 안에서만
          맴돈다. 아무 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채, 자기가 만든 세
          계 안에 갇혀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알음알이로 이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끌어가려는 인생은 옹색하고 매양 다급하다. 지레 겁먹거나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섣불리 나서면서 일생을 그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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