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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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승이 지장에게 가서 물으니 지장은 “어찌하여 큰스 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등등…. 한마디로 정리하면 ‘논리로
님께 여쭙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마조의 말을 전하자 지 표현이 가능한 모든 것’인 셈이다. 서래의는 ‘달마가 동쪽으
장은 “내가 오늘은 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해줄 수 없 로 온 까닭.’ 곧 승(僧)의 질문은 낱말은커녕 토씨 하나 쓰지
으니 회해 사형 (師兄)에게 가서 물으라.”며 등을 떠밀었다. 않고 불법의 대의를 설명해달라는 매우 황당한 요구다. 은
별 수 없이 회해에게 갔더니 회해는 “나는 그 문제에 관 근슬쩍 답변을 남에게 떠넘길 만하다. 마음을 내는 정도가
해선 모르겠다.”고 단칼에 잘랐다. 승이 다시 마조에게 돌 아니라 지지고 볶아 곤죽을 만드는 일이니, 자못 이해가 되
아가 그간의 사정을 고하니 마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 는 회피다.
다.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 서당지장(西堂地藏)과 백장회해 (百丈懷海)는 마조의 수제자
들이었다. 『벽암록』의 ‘마조완월 (馬祖玩月)’ 고사에 따르면 전
보리달마 이후 중국엔 무수한 선사들이 배출됐다. 그중에 자는 경 (經)에 후자는 선 (禪)에 밝았다. 지장의 처신은 책상
서도 발군을 꼽으라면, 대체로 마조도일 (馬祖道一)이 빠지지 물림답다. 머리를 쥐어짜는 일에 익숙하고 무엇보다 핑계를
않고 추천된다. ‘평상심 (平常心)’이란 독창적 개념으로 구구한 대는 일에 능숙하다. 반면 회해는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인 선
선종사(禪宗史)에서 한자리를 꿰찼다. 평상심은 지금 이 순간 승이다. 그리고 해답을 얻지 못해 답답한 자에게, 마조는 뜬
흘러가는 마음이며,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지 않는 마음이다.
“평소의 이 마음이 바로 도(道)이다. 평소의 이 마음이란
무엇인가. 짐짓 꾸미지 않고, 이러니저러니 따지지 않고, 마
음에 드는 것만 좇지 않고, 무엇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집착
하지 않고, 평범하다느니 성스럽다느니 차별하지 않는 것이
다.” 결국 지자(智者)의 삶이란 일부러 마음을 쓰지 않는 삶
이며 마음에 놀아나지 않는 삶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
로, 없으면 없는 대로, 올 것이 오면 올 것이 오는 대로.
이렇듯 유유자적한 마조에게 객승 하나가 불쑥 찾아와 심
기를 어지럽혔다. 사구백비란 하나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100가지 명제를 일컫는다. ‘있다’ ‘없다’ ‘있으면서 없다’ ‘있 마조 스님이 주석했던 중국 강서성 홍주 개원사(현 남창 우민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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