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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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습니다. 연이어 일어나는 번뇌는 항하사(갠지스 강의 모래 알) 수보
다 많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집에 돌아가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수행 마지막 날 아침에는 쫓기는
마음으로 간절히 집중해서 화두에 몰입한 결과, 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망상이 없는 무루(無漏)의 시간은 비록 길지
는 않았으나 나름대로의 좋은 결과라고 생각되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모든 행동은 내 마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편견 또는 양변에 치우
치지 않는 올바른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실천력을 높인다는 것을 참선
을 통해서 비로소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책 『삼무론(三無論)』 쓰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에 대한 기초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여
러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퇴옹성철 스님의 『백일법문(百日法門)』(장경
각, 2009)과 『육조단경(六祖壇經)』(장경각, 1992)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
향을 받았고, 이들 책으로부터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
다. 한자 원문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려서 한자와 한
문 공부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경전원문과 함께 우리말 해석을 같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된 나의 생각을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검증하고 확립
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유(三有)
의 착각세계는 독립(獨立), 불변(不變), 차별(差別)의 세 마음으로 이루
어져 있고, 그 반대인 삼무(三無)의 진리세계는 무독립(無獨立), 무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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