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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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달아오르는 얼굴과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짤릴 각오
                 를 하고 ‘아니 되옵니다’를 아뢰었다. 짤리진 않았지만 조직
                 생활에 얼마나 무지한지, 스스로 병신인증을 톡톡히 한 사

                 건이었다. 그 일로 보스가 되기까지 그가 치렀을 대가를 헤
                 아려보았다. 그리 높은 자리가 아니었는데도 많은 일을 겪
                 고 나서 거기까지 간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높이 오르려면
                 얼마나 어려움이 많겠는가.

                   높은 자리일수록 가기도 어렵고 감당하기도 힘들다. 그래
                 서인지 옛 스님들 중에는 큰절에 주지하라 그러면 도망가
                 는 분들이 있었다. 어록에도 “주지살이 힘들어서…”라는 표
                 현이 자주 보인다. 고암(高庵善悟, 1074~1132) 스님이라는 분

                 이 있었는데, 운거사 주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운
                 거사는 양자강 왼쪽에서 가장 큰 절이라 도를 실천할 만한
                 곳이니 거절하지 말아달라는 불안(佛眼) 스님의 부탁이었다.
                 그는 “총림이 생겨나고부터 이런 명목에 가려 절개를 무너뜨

                 린 납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딱 거절했다. 불감 스님은 “그
                 의 처신은 역시 따라갈 수가 없다.”고 인정했다.
                   동양의 선사들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서양의 수행자 중
                 에도 그런 예가 있으니.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교황에 선

                 출되자 실제로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때 기사내용 한
                 토막.


                     베네딕토 16세는 “투표가 진행되면서, 말하자면, 단두

                     대가 나에게 내려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현기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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