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P. 61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하였습니다. 불경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팔만
                 대장경이라는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아예
                 접근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던 것이죠. 그러나 자주 만나서 대화하
                 던 중에 대표적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이라도 읽어보라는 거듭된 권
                 유로 결국은 읽어 보게 되었는데, 그 뜻이 애매모호했고 내용을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었지
                 요. 그래서 불교 기초 공부를 하고, 아울러 실천력을 높인다는 명상(참
                 선) 공부도 같이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결국은
                 불교라는 학문의 수렁에 빠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위 사
                 람들에게 참선과 기초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게 되었
                 습니다.


                  화두로 의정을 일으키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한국문화연수원의 입문과정에서 지난
                 해 7월 휴가 동안에는 기초 공부를 하였고, 약 3주 후의 8월 연휴 동
                 안에는 심화과정에서 참선 수련을 하였습니다. 병원 일 때문에 휴가
                 또는 연휴를 이용하였습니다. 잘 알다시피 어떤 질문사항 또는 알고
                 자 하는 일(話頭, 화두)에 대해서 간절하게 간단(間斷)없이 의심하는 것
                 을 의정(疑情)이라 합니다. 심화과정의 참선 중에 ‘왜 부처가 삼서근인
                 가?(何是佛麻三斤)’라는 화두로 의정을 일으킴으로써 분별망상(分別妄
                 想, discriminated delusion)을 없애기 위해 좌선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화두대신 온갖 망상이 일어나서는 사라지고를 계속 반복할 뿐




                                                                   59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