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5년 5월호 Vol.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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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전자는 강력한 쾌락이 지배하는 하늘이고 후자는 강력

            한 분노가 지배하는 하늘이다. 전자는 유희에 탐착하다가
            지쳐서 실신 내지 정신을 잃고 죽는다. 후자는 분노가 사
 아름다운 5월    무쳐서 원한을 품고 서로 째려보다가 분노가 극에 다다라


            죽는다. (『구사론』 권5, 분별근품, 『순정리론』 권13, 변차별품 제2)

 _  이인혜
            수미산 어느 층엔가, 욕계 삼십삼천 저 어드멘가 있다고
          한다. 선업을 닦아서 즐거운 과보를 받은 것이 천 (天)이라고
          분명 배웠는데 분노의 힘으로 제풀에 죽는 하늘이 있다는

          게 좀 의외라는 의심을 하다가 “아! 저기 어디가 아니고 바
          로 여기가 의분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4월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잊지 않겠다는   이십대와 오십대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자식 잃고 단식
 다짐이 무색하리만치 한해가 지나고 다시 봄을 맞았다. 흐  투쟁하는 부모와 그 옆에서 폭식 퍼포먼스 하는 또 다른 분
 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다 어디로 갔나. 어느새 천지가 연  노인이 서로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곳이 바로 의분

 록색이다. 찬란한 봄을 느낄 틈이 없었던 것은, 억울하게 죽  에천이 아닐까.
 은 사람들에게 미안하게도, 살 궁리에 바빴기 때문이다.  1년 만에 광화문에 나가 보았다. 안국역에서부터 겹겹이
 경론을 읽는 것이 생계수단이 되니 복 받은 인생임에 틀  둘러쳐진 경찰차 방어막을 한참 빙 둘러 지나서 겨우 광장

 림없지만, 작년 봄부터는 그조차 편치가 않다. 요즘 알바 하  에 들어가고 나니 유난히 두텁고 높은 검은 차벽이 먼저 눈
 는 틈틈이 읽는 책에, 목숨과 관련해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에 들어온다. 물대포와 카메라가 장착된, 다기능의 트랜스포
          머라고 알려진 신종 차량이다. 세금을 이런 데다 쓰는구나
 목숨이 다하는 경우를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하는 생각에 잠시 의분에천에 다녀왔다.
 이 중에 타살이나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아  얼마 안 되는 집회인들을 그 몇 배나 되는 경찰이 에워싸

 니라, 스스로 죽는 예로 희망념천 (戱忘念天)과 의분에천(意  고 있었다. 시위가 격렬하지 않았는데도 자진해산 하지 않으
 憤恚天)을 들고 있다.   면 물대포를 쏘겠다는 경고가 확성기를 통해 들려왔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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