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5년 7월호 Vol. 27
P. 42

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바깥양반과 안주인이 조

                                                                               화롭게 역할분담을 하면서도 또 같이 식약(食藥)을 같이 협
                                                                               업하는 한입별당 공간 역시 부부가 함께 인연 관계를 연출
                                                                               하는 공간이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다. 지아비가 노
                                                                               래하면 지어미는 추임새를 잘 넣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의
                                                                               관계성을 전제로 한 우리들의 삶인 까닭이다.

                                                                                 백아(伯牙)가 켜는 거문고소리를 종자기(鍾子期)는 너무 잘
                                                                               알아들었다. 지음(知音)이란 유명한 말의 근거가 되었다. 벗
                                                                               이 죽자 그는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백아절현 (伯牙絶絃)이

                                                                               란 말은 관계성에서 벗어난 존재의 무의미성을 드러낸 대표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두가헌
                                                                               적인 고사성어가 되었다.


          산인지 아니면 다이어트를 하려는지 자기 것은 빼고 주문을                                        톱과 나무가 인연관계로 만나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면 꼭 “한입만!”이라고 하                                     부나야사(11조) 존자와 마명(12조) 보살은 『보림전』 권3에

          면서 애들 것까지 돌아가면 한입씩 먹는 바람에 주문한 다                                      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른 가족의 한 그릇보다도 더 많이 먹는 것을 보고는 붙여준
          별명이라고 했다. 안주인은 이 당호사용을 강력히 반대했지                                          “너 (마명)는 나무의 이치[木義]로써 대답했고, 나(부나야

          만 가족회의 구성원의 다수결에 밀려 그 영광스런 (?) 별명을                                     사)는 톱의 이치[鋸義]로 말했구나.(此是鋸義. 彼是木義)”
          두고두고 떠안고 있어야만 했다.
                                                                                 톱은 나무 자르는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존재 의미를 가진
            서로가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되다.                                               다. 나무는 톱의 작용을 받아들일 때 제대로 된 쓰임새를
            한러 퓨전건물인 두가헌과 마찬가지로 한일 퓨전건물인                                       가진다. 철로 만든 톱은 강하고 나무원목은 약하다. 그렇다

          ‘한입별당’은 서로가 서로를 빛내주는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고 해서 쇠톱이 닳지 않는 것도 아니다. 몇 번 사용 후에는
          공간미를 자랑한다. 건물 상호간의 인연 (因緣)관계를 상징적                                    반드시 날을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약은 있지만 서


          40                                         고경  2015.07.                                                                41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