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5년 7월호 Vol.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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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없는 것도 아니다. 이를 『열반경』은 ‘또한 있고, 또한 없다’고

 표현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또 있고, 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있음과 없음을 철저하게   새가 새여서 날 수 있듯이,
 긍정하는 것을 쌍조(雙照)라고 한다.  개는 개여서 완전하다
 ‘있다’는 상견에도 빠지지 않고 반대로 ‘없다’는 단견에도
 빠지지 않는 중도적 인식에 대해 열반경은 ‘십이인연을 보는

 지혜’라고 설명했다. 불성은 어떤 세포나 물질 같은 실체로
            _  장웅연
 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를 보는 지혜’이자 ‘십이연기
 를 깨닫는 지혜’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반열반경』에서

 는 “만약 어떤 사람이 십이인연을 보는 것은 법을 보는 것이
 고, 법을 보는 것은 부처를 보는 것이니, 부처는 불성이다.”  밀리거나 까일 때마다 새겨두면 좋은 말 : 태산이 높다 하
 라고 설했다. 성철 스님 역시 “십이연기를 바로 보는 사람이   되 마음속의 산이요, 잃었다 한들 본래 없었던 것이다.
 불성을 바로 보는 사람이고, 불성을 바로 보는 사람이 십이
 연기를 바로 보는 사람이니, 이 사람이 중도를 바로 깨친 사  【제18칙】

 람”이라고 정리한다.  조주의 개(趙州狗子, 조주구자)
 결국 불성은 연기의 진리이며, 그 진리를 깨닫고 내면화하
 는 인식이다. 불성이 있음을 믿고 그 이치를 깨닫고 삶 속에  1. 스님 :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조주 : 있다.

 서 실현하려고 노력하면 불성은 엄연히 존재하고 힘을 발휘  스님 :  그렇다면 왜 저런 가죽주머니에 들어가 있습니
 한다. 하지만 불성의 존재를 믿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노력  까?
 하지 않으면 불성은 어디에도 없다.  조주 : 알면서도 짐짓 범한 것이다.
            2. 스님 :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 : 없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스님 :  일체중생 모두가 불성을 갖고 있는데 왜 유독 개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에게만은 없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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