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5년 7월호 Vol.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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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변호하려다가 무심(無心)을 제 손으로 깨뜨렸다는 점이 하다보면 자성 (自性)을 훼손하기 십상이다.
다.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에 얼굴이 붉어졌을 운암의 모습 운암은 절 안에 흩날리던 먼지를 일껏 쓸어 담아 마음에
이 눈에 선하다. 처박아버리는 우를 범했다. 자존심을 지키려다가 자존감을
운암은 “구구하다”는 비난에 얽매여 제이월 (第二月)을 따 잃어버린 꼴이다. 자존심이 남이 알아줘야만 충족되는 마음
라가고 말았다. ‘제이월’이란 생각 속의 달이다. ‘달’이라는 이라면, 자존감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유지되는 마음이
낱말로만 존재할 뿐 실재하진 않는 달을 가리킨다. 아울러 다. 지속가능한 승리는 ‘상대’가 아니라 ‘패배’를 이겨내는 데
달을 바라보면서 눈두덩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일부러 사 서 온다.
시를 만들면 또 하나의 달이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제이월
이다. “본래 그대로가 오묘한 진리이거늘 이를 의심과 차별
의 눈으로 보려 하면 제이월이 되고 만다 -『능엄경』.”
한편 정신을 차린 운암은 반격으로 물귀신작전을 시도했
다. 도오가 빗자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면 곧장 제이
월로 끌고 들어올 심산이었으나, 도오는 영민했다.
달이 하나이듯 당신도 하나다. 복제할 수 없으며 갈라먹
는다손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나에 대한 세
상의 시선과 평판은 제이월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호의
적일지라도 제삼월이나 제사월일 뿐이다. 제아무리 별난 심
보라도 무심 (無心)을 이기진 못한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밤
하늘 아래서 달빛은 얼핏 보잘 것 없으나, 그래도 달은 영원
히 빛난다. 혼자서도 버틸 수 있는 것들은, 대개 높은 곳에
있다.
“남종이 여종을 보면 정성스러워진다”는 흑심은 견물생심
의 비유다.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야만 안도감을 느끼 장웅연(張熊硯)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
서 일하고 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는 중생의 악습을 꼬집는다. 외부의 자극에 ‘구구하게’ 반응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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