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P. 15
장성욱 교수가 원통전 앞에서 백련암에 처음 왔을 때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원택 스님과 함께 백련암 경내를 둘러보고 있는 장성욱 교수님
1971년 이었습니다. 그때 백련암은 건물도 2~3채에 불과한 려 가며 숨을 헐떡거리면서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생
정말 조그만 암자였습니다. 공양도 밥, 된장과 소금에 절인 각하며 이곳 원통전에서 삼천배를 했습니다. 같이 갔던 제
김치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사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것처럼 절만 하더라고
부모님이 도인스님을 뵈러 가자고 하셔서 저는 잔뜩 기대 요. 하하.”
에 부풀었습니다. 도인 (道人)이시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보 어린 교수님에게 백련암과 성철 스님은 “실망 그 자체”였
시고 제 인생 전체에 대해 술술 말씀해 주실 것이라 굳게 믿 다. 그래도 삼천배는 해냈다. 그 후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
고 백련암에 왔습니다. 지 5년간 성철 스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도 같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삼천배 하고 오래 았다.
이’라고만 하십니다.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시고 절을 하라 “제가 아예 어렸으면 큰스님께 사탕이라도 받았을 텐
하시면 그나마 나을 텐데, ‘무작정’ 절만 하라고 하세요. 부 데…. 중2가 그때나 지금이나 참 어정쩡한 나이인 것 같습니
모님께 ‘도인이 뭐 저래?’라고 말씀드리니, 부모님도 그냥 웃 다. 하하.”
기만 하셨어요. 그래서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눈물, 콧물 흘 교수님은 때가 되면 백련암에서 가서 삼천배를 하고 또
12 고경 201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