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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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교수가 원통전 앞에서 백련암에 처음 왔을 때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원택 스님과 함께 백련암 경내를 둘러보고 있는 장성욱 교수님


          1971년 이었습니다. 그때 백련암은 건물도 2~3채에 불과한                                   려 가며 숨을 헐떡거리면서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생
          정말 조그만 암자였습니다. 공양도 밥, 된장과 소금에 절인                                     각하며 이곳 원통전에서 삼천배를 했습니다. 같이 갔던 제

          김치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사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것처럼 절만 하더라고
            부모님이 도인스님을 뵈러 가자고 하셔서 저는 잔뜩 기대                                     요. 하하.”
          에 부풀었습니다. 도인 (道人)이시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보                                     어린 교수님에게 백련암과 성철 스님은 “실망 그 자체”였

          시고 제 인생 전체에 대해 술술 말씀해 주실 것이라 굳게 믿                                    다. 그래도 삼천배는 해냈다. 그 후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
          고 백련암에 왔습니다.                                                         지 5년간 성철 스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도 같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삼천배 하고 오래                                    았다.
          이’라고만 하십니다.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시고 절을 하라                                        “제가 아예 어렸으면 큰스님께 사탕이라도 받았을 텐
          하시면 그나마 나을 텐데, ‘무작정’ 절만 하라고 하세요. 부                                   데…. 중2가 그때나 지금이나 참 어정쩡한 나이인 것 같습니

          모님께 ‘도인이 뭐 저래?’라고 말씀드리니, 부모님도 그냥 웃                                   다. 하하.”
          기만 하셨어요. 그래서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눈물, 콧물 흘                                      교수님은 때가 되면 백련암에서 가서 삼천배를 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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