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P. 18

없어서 내심 실망이 컸습니다. ‘광주’가 사람들 마음속에 아

                                                                               픈 역사로 살아 있을 때였잖아요. 불법 (佛法)을 알지도 못하
                                                                               던 저의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하하.
                                                                                 시간이 지나고 제 친구가 아들 수능기도를 하는 것을 보
                                                                               고 저도 절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인연이 크게 이어지지

                                                                               못하다가 결국 고심정사 불교대학에 오면서 제가 불자(佛子)
                                                                               로 거듭난 것 같습니다.”
                                                                                 보살님은 집 근처 화엄사에서 각성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
                                                                               던 중 스님이 불교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심정사에 오게 됐다고 한다. 고심정사 불교대학에 와서 원
          부파야 사원에서 원택 스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문선이 보살님 부부
                                                                               택 스님에게 ‘劫海智(겁해지)’라는 법명도 받았다. 2010년의
          빗장문을 만져 보거라』는 지금도 욀 정도로 읽었습니다.                                       일이다.
            성철 큰스님은 제가 늦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1981년 1                                    “불교대학에 와서야 고심정사가 성철 큰스님을 시봉하신

          월에 발표된 종정 추대 수락 법어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원택 스님이 계신 절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와보니 대학시절
                                                                               접했던 성철 큰스님의 법어가 다시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래서 원택 스님께서 쓰신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를 시작으로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                                   큰스님에 관한 책과 학술회의 자료 등을 탐독하기 시작했습
             이라.                                                               니다.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익히고 실천해 제대로 실력을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갖추고 싶은 생각에 오늘도 고심정사 불교대학을 떠나지 못하
             시회대중은 알겠는가?                                                       고 이렇게 몇 년째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보살님은 “불교의 근본이 연기법이며 인연법이듯 오랜 세
                                                                               월 돌고 돌아 고심정사로 오기까지 수많은 인연들이 있었

            그 당시 큰스님 법어의 언어적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지만                                     다.”며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해준 모든 인연들에 감사드린다.”
          한편 마음속으로는 당시 시국상황에 대한 말씀이 한마디도                                       고 전했다.


          16                                         고경  2015. 12.                                                               17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