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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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미리 막아주시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수행한 힘으로 고통을 참아내며 명을 연장하
고, 어떤 인연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살뜰하게 보살피셨다. 이
래서 부처님이 초인이지만, 이 경에서 또 한편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처님도 여느 노인처럼 배고프고 목마르고 아팠다는
사실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임박해서 온몸으로 보여주신
아픈 모습이 마지막 가르침이다. 희유하다면 이것이 희유하다.
백세시대라 그런지 내 스승은 부처님의 세수를 훌쩍 넘기
셨다. 지난 번 찾아뵈었을 때 거처하시는 다경실 앞마당에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저쪽을 보고 계셨다. 뒤에서 “스님!”
하고 부르자, “어? 누가 왔어?” 하고 천천히 몸을 돌리셨다.
순간 불경스럽게도 부처님이 바이샬리를 돌아보던 모습이 겹
쳐졌으나 깡말라서인지 그 모습이 코끼리 같지는 않았다. 아
직은 너무 쓸 만하시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젠 단번에
획 돌아보지 못 하시네 하는 안타까움이 인다.
이인혜 ●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
경총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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