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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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처님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것을 본 아난은 당황했
                고 두려워했고 걱정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부처님은 속으로 ‘병이 나서 온몸이 매우 아프지만 제자들

                이 없을 때 열반에 드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이제 정근을
                해서 자력 (自力)으로 수명을 잠시 붙잡아 두어야겠다.’ 하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나이 팔십, 낡은 수레와 같다. 그러
                나 방법을 써서 고치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듯이, 내 몸도 방

                편을 써서 잠시 명을 머물려 둘 수 있다.” 그리고는 서늘한 곳
                에 조용히 앉아 고통을 참으며 한 생각도 떠올리지 않고 무
                상정 (無想定)에 드셨다. 그러자 몸이 편안해졌다.
                  안거가 끝나고 부처님은 타지에 보냈던 제자들을 바이샬리

                로 불러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알렸다. 석 달 뒤에 열반에 들
                겠다고. 남은 석 달 동안 마지막까지 탁발해서 먹고 제자들
                에게 의심나는 것을 물으라 하고 법을 설했다. 하루는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언덕에서 몸을 천천히 돌려 바이샬리를

                돌아보며, 이 아름다운 성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하셨다.
                아난은 그 모습이 마치 코끼리 같았다고 전한다.
                  그리고는 쿠시나가라를 향해 열반의 길을 떠나셨다. 강을
                건널 때 강가에 남아 못내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

                을 본 부처님은 당신의 발우를 물에 동동 띄워 보내는 매너
                를 보이시기도 했다. 가는 길에 목이 말라 아난에게 물을 떠
                오라 시키기도 하고 다리가 아파 쉬어가기도 했다. 파바에 들
                러 춘다의 공양을 받고 배탈이 나서 심하게 앓다가 죽을 지

                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춘다를 비난하지 말라고, 그가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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