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16년 2월호 Vol.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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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한 부처님을 팔아서야 되겠느냐고. 우리가 어떻게든 노

                                                                                   력해서 바른길로 걸어가 봅시다.”


                                                                                 성철 스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성철 스님
                                                                               은 봉암사에서 ‘공주규약(共住規約)’을 통해 쇠락한 불교를 살
                                                                               리고자 했다.

                                                                                 “삼엄한 불계와 숭고한 조훈을 근수역행하여 구경대과의
                                                                               원만속성을 기함. 여하한 사상과 제도를 막론하고 불조교칙
                                                                               이외의 각자 사견을 절대 배제함. 매불자생 (賣佛資生)은 불법

                                                                               파멸의 근본 악폐이니 기복구명의 무축행위는 단연 일소함.
                                                                               수도사의 만고방양(萬古榜樣)인 일일부작 일일불식의 표치(標
                                                                               幟)하에 운수반시(運水搬柴) 종전파침(種田把針) 등 여하한 고
                                                                               역도 불사함. 발우는 와철 (瓦鐵) 이외 사용을 금함. 일체언동
           봉암사 대웅전에서의 능엄주 독송                                                   은 장중적정을 기하여 분잡훤란(奔雜喧亂)을 피함. 여외 각칙

                                                                               은 청규 급 대소율제에 준함……”
            바로 펴서 신도들을 교화하면 이들이 모두 신심을 내고                                        모두 18개항으로 구성된 공주규약은 봉암사 결사의 성격
            하여 우리 스님네들이 잘 안 살려야 잘 안 살 수 없습니                                    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당시의 수행생활을 생생히 보여주

            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가장 잘 사는 것이 승려다 이 말                                   고 있다. 공주규약은 승가의 규율을 바로잡고 결사의 정신을
            입니다. 우리가 언제든지 좋으나 궂으나 할 것 없이 이해                                    대중들과 공유하는 근거가 되었다.
            를 완전히 떠나서 신심으로 부처님만 바로 믿고 살자 이                                       백련불자들을 이끌고 대중공양에 함께 한 원택 스님은 “봉
            것입니다. 우선은 좀 손해 간다 싶어도 결국에는 큰 돈벌                                    암사는 현대 조계종의 뿌리다. 조선시대와 일제를 거치면서
            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걸 알아야 됩니다.                                            피폐해진 한국불교를 봉암사 결사를 통해 다시 일으켜 세운

            봉암사에 살 때 이런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먹고 살 길이                                   것이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자주 ‘봉암사의 꿈’을 말씀하시면
            없으면 살인강도를 해서 먹고살지언정 저 천추만고에 거                                      서 결사 정신이 이어지지 못한 것에 많은 아쉬움을 표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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