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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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별어 ● 글 _ 원철 스님 타니 경전에 자주 나오는 “시공을 초월한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대다수 사람들이 현재 비행
속도도 만족하지 못하니, 곧 초음속 여객기까지 등장할 태세
이다. 하늘의 고속철 시대가 곧 열리게 될 것 같다. 족신 (足神)
신족통-축지법으로 의 끝판왕이다.
세상을 주름잡다 ● 축지법의 비결은 부적이었다
이동수단이라고는 자기가 가진 두 발밖에 없던 시절에는
보폭을 크게 하며 부지런히 뛰는 것 외에는 빨리 갈 수 있는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대종(戴宗)은 하
루 800리를 걸어 다녔다. 그 비결은 다리에 〈甲馬〉(갑마 : 잘 달
리는 말)라는 부적을 붙이는 비방을 사용했다. 연락책이 소임
인 까닭이다. 별명이 신행태보(神行太步, 신통력으로 걷는 큰 걸음
● 고속철이 신족통을 대신하다 걸이)였다. 조선의 토정 이지함(1517~1578) 선생은 고향인 보령
아침 먹고 가야산을 출발하여 종로에 있는 조 에서 서울까지 하루 이틀 만에 다녔다. 또 360리 떨어진 충청
계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 후 저녁공양은 해인사에서 도 청양지방에 사는 친구 이생 (李生) 집은 서울에서 출발하면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KTX덕분이다. 건설할 때 해지기 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비보(飛步, 날아다니듯
만해도 ‘손바닥만한 나라에 무슨 고속철?’이라고 구시렁거렸 걷는 것)였다.
는데, 완공 후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이가 되었다. 덕분에 수 하지만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것은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
행을 통해 신통력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신족통이 마련이다. 힘들이지 않고 빨리 가는 법을 찾아내기 위해선 발
따로 없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운전면허증을 딴 후 처음 차 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드디어 땅을 줄여서 먼 거리를 가깝게
를 몰았을 때 “아! 이것이 현대판 신족통이구나!”하고 감탄했 만드는 축지법 (縮地法)이 등장했다. 후한(後漢)시대 비장방(費
던 기억이 새롭다. 長房)은 “땅이나 도로를 단축시켜 하루 만에 천리 밖에 있는
걸어 다니는 것과는 공간 감각이 완전히 달랐다. 비행기를 사람을 만난 후 다시 땅을 복원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10 고경 2016. 0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