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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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 목숨을 구해달라고 청하였다.
이에 석가모니의 전생의 모습이었던 사슴왕은 암사슴을
대신하여 자신이 국왕에게 바쳐지도록 하였다. 큰 사슴왕이
성문으로 들어오자 모든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였고, 국
왕 역시 사슴왕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이에 사슴왕은 뱃속
에 새끼를 가진 암사슴을 대신하여 왔음을 알렸고, 이에 감
탄한 국왕은 모든 사슴을 풀어주고 그곳을 사슴이 사는 동
산으로 정하였다. 이후 이곳은 ‘사슴에게 보시한 동산’이라는
이름의 시록림 (施鹿林)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이 고사는 석가모니가 전생에 불교의 여러 덕목 가운데 하
나인 자비 (慈悲)를 적극적으로 실천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 ‘자비’에서 ‘자(慈)’는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려는 마음이 셀 수 없음을 뜻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단박에 성불하려
고, ‘비 (悲)’는 상대방의 고통을 없애주려는 마음이다. 사슴왕 고 하기보다는 육바라밀과 같은 훌륭한 행위를 꾸준히 쌓아
이 보여준 이러한 자비의 마음은 국왕을 감동시켰고, 결국 가는 것이야말로 성불의 단초가 된다.
사슴 무리 전체를 다 살리게 하였던 것이다. 자비는 오늘날의
‘공감’이라는 용어와 유사하게 사용되는데, 여기에는 타인의 ● 돈오설(頓悟說)
즐거움과 고통을 감지하는 공감의 능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그런데 같은 불교 내에서도 성불에 대해 위와 완전히 상반
때문이다. 되는 견해가 존재한다. 이는 특히 중국의 선종에서 강조되었던
이처럼 온갖 덕을 다 갖춘 부처님의 장엄한 모습은 어느 돈오설 (頓悟說)이다. 돈오설은 현생을 떠나지 않고 단박에 성불
한 순간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 전생의 무수한 하는 것을 역설하는 것으로, 『명추회요』 역시 이런 입장에 서
세월 동안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축적되었음을 강조하는 것 있다. 이 책의 113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 바로 성불과 관련된 인도 불교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인도
불교의 영향이 강한 유식 불교 혹은 티벳 불교 역시 성불에 종경(宗鏡)에 깨달아 들어가면 성불(成佛)이 일념(一念)을
있어 삼아승기겁 (三阿僧祇劫)이 걸린다고 보는데, ‘아승기’란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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