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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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이 선사들의 게송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자각 선어록의 뒷골목 ● 글 _ 장웅연
하게 된 아주 좋은 계기였다.
이와 관련하여 『명추회요』 18권-4판의 ‘일심 (一心)만 깨달
으면’ (141쪽)이라는 제목 아래 이와 뜻이 통하는 문답이 나온 물이 몸속 어디로 갔든,
다. 이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시원하구나
【물음】 중생의 업과(業果)와 종자(種子)의 현행(現行)
이 오랜 겁 동안 훈습된 것은 마치 아교와 옻처럼 쉽게 떨
어지지 않는데, 어째서 일심 (一心)만 깨닫기만 하면 단박에
그것을 끊고 성불할 수 있는가?
【답함】 만약 마음과 경계가 실재하고 인(人)과 법
(法)이 공하지 않다고 집착하면 비록 만겁(萬劫)을 수행한 ●
다 해도 끝내 도과(道果)를 증득하지 못한다. 만약 무아(無 출가열반절이었다. 출가(出家)의 1차적 의미는
我)를 단박에 깨달아 만물이 공적하다는 것을 깊이 통달 집을 나오는 일이다. 사람에게 집은 재산이고 쉼터이며 책임
하면 능(能)과 소(所)가 함께 소멸할 것인데, 어떻게 증득하 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벌어먹이려면 가족 아닌 것들로부터
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유하면 마치 미세한 먼지가 사납 무엇이든 자꾸 빼앗아야 한다. 치사해지고 비루해진다. 편견
게 부는 바람에 흩날리고, 가벼운 배가 빠른 물살을 타는 이 비뚤어진 집이라면, 고집은 불타는 집이다.
것과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출가는 사사로움과의 결별. “세상의 즐거움이 훗
날의 괴로움이거늘 어찌하여 탐착하는가. 한번 참는 것이 오
래도록 즐거움이거늘 어찌 닦지 않는가. 도인의 탐심은 수행
자의 수치이고, 출가자의 부(富)는 군자들의 비웃음거리다.”
(『초발심자경문』) 오직 자기 자신만으로 일생을 견디는 것이다.
박인석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 수행의 시작이 출가라면 수행의 끝은 열반(涅槃)이다. “자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
교전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비로운 마음을 닦는 이는 탐욕을 끊게 되고 불쌍히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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