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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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법이니 생멸에 집착하지 않으면 적멸이 곧 즐거움이 된

                                                                               다”(『열반경』) 내려놓음의 완성이다.


                                                                                 ●
                                                                                 제45칙

                                                                                 원각경의 네 구절(圓覺四節, 원각사절)


                                                                                   『원각경』에 이르되 “무엇을 보더라도 망념을 일으키지 말
                                                                                   며, 망념을 없애려고도 하지 말며, 망념에 대해 알려고도

                                                                                   말며,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 여기지도 말아라.”
           이제 막 출가자의 길에 들어선 행자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모습
                                                                                 꽃밭에서 나비가 난다. 더구나 화창하다. 그래서 아름답다.
         마음을 닦는 이는 노여움을 끊게 되며 자기를 버리는 마음을                                      인간에겐 눈도 있지만 손도 있다. 아름다움을 감상한다는 건,
         닦는 이는 탐욕과 성냄 차별하는 마음을 끊게 된다.”(『열반경』)                                  소유하기 위한 예비동작이다. 그러나 나비를 잡아버리면 풍

         결국 ‘나’로부터의 자유가 궁극적인 행복임을 일러주는 대목                                      경은, 무너진다.
         이다.                                                                     아울러 나비의 유연한 비행은 사실 제 뱃속을 채우기 위한
           돈이든 연인이든 아랫사람이든 인기든, 세상의 행복은 내                                      걸행이다.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모른 척 하는 게

         쪽으로 가져와야만 채워진다. 움켜쥐려면 싸워야 하고 정작                                       낫다. 그렇다고 저간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넋 놓고 바라보
         움켜쥐면 불안하거나 싫증난다. 그래서 옛 선지식들은 온갖                                       는 일 역시 바보 같은 짓이다. 번뇌를 다루는 방식이 이와 같
         더께와 기름기를 걷어낸 채 그저 살아있음으로서의 행복을                                        아야 할 것이다. ‘증오’든 ‘사랑’이든 ‘정의’든…. 봄날을 스쳐가
         추구한다. 자족과 절제가 열반의 길이다.                                                는 나비일 뿐이다. 그 봄날조차, 오래 못 간다.
           누구나 그 자리에서 출가를 할 수 있다. 비록 집에 머물더                                      나비를 가까이서 살펴보면, 송충이나 지네 못지않게 징그

         라도 집이 유발하는 오욕칠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어엿한                                        러운 짐승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커다란 날개는, 위선이고 두
         수행자다. 열반도 가깝다. “모든 것은 덧없어서 생겼다 없어                                     려움이다. 적당히 떨어져서 관조할 줄 안다면 어떠한 망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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