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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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지니는 ‘마음의 상태(state of mind)’ 중생의 마음에는 이 세상이 온갖 더러움으로 가득 찬 ‘예토
에 따라 각기 다르게 현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식학에 (穢土)’로 나타나지만 번뇌가 사라진 무루(無漏)의 상태인 불
는 ‘일수사견 (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는데, 하나의 물을 네 보살의 마음에는 이 세계가 그대로 ‘정토(淨土)’로 향유된다
가지 존재가 각기 다르게 본다는 설명이다. 즉 인간, 물고기, 는 것이 아마 몸과 국토에 대해 사유했던 불교도들의 결론일
아귀, 천인 (天人)의 네 존재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물’을 것이다. 이런 관점을 연수 스님은 유심정토(唯心淨土)라고 표
볼 때 각기 서로 다르게 파악하니, 인간은 이를 ‘물’이라고 보 현했다. 정토 경전에 따르면 아미타불의 서방정토는 여기서
는 반면, 물고기는 ‘공기’로 보고, 아귀는 ‘불’로 느끼고, 천인 서쪽으로 10만8천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고 묘사되지만, 선
은 ‘수정’과 같다고 파악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종 조사들은 이러한 관점보다는 ‘각자의 마음이 깨끗해지면
목마름을 시원히 해소해주는 물이 아귀에게는 목구멍을 태 그가 속한 국토 역시 깨끗해진다’는 유심정토의 관점을 보다
워버리는 불로 현현한다는 것이다. 중시했다.
어떤 하나의 대상이 인간의 마음에 의해서는 ‘물’로 파악되
고 아귀의 마음에서는 ‘불’로 파악되는 것처럼, 번뇌 가득한 ● 법성신과 법성토, 그리고 일심
이상의 설명을 염두에 두고 다시 『명추회요』로 돌아가 보
자. 먼저 『명추회요』에 생략된 연수 스님의 질문은 이미 위의
인용에 나타나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된 답변을 살펴보자.
대답. 단지 자기 마음의 본성과 모양에서 몸과 국토의 명
칭을 나눈 것이니, 자기 마음의 모양의 측면을 몸이라고
하고, 자기 마음의 본성의 측면을 국토라고 한다.
연수 스님이 보기에, 불전에 나타난 다양한 몸과 국토에 대
한 설명들은 결국은 자신의 마음이 지닌 본성 (性)과 모양(相)
의 두 가지 측면이 다양하게 현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
시 말해 탐・진・치 삼독으로 가득 찬 중생의 마음에는 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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