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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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  글 _ 장웅연





 자전거를 타는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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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다. 그러나 환경이 단조로  살 수밖에 없도록 생명은 설계되어 있다. 삶에는 이유가 없다.
 울수록 잡념은 더 많아진다는 역설. 벽을 보고 오래 서 있으  그저 살아지니까, 살아가는 것이다. 대개 이유를 찾으려다가

 면 미쳐버리기 십상인 이치와 같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  부모를 원망하거나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거나 끝내 자살에
 다는 마음만큼이나, 살아온 대로 살아가겠다는 마음도 용기  손을 댄다.
 다. 누구에게든 그의 업 (業)에 걸맞은 과오와 좌절이 있는 법  진정한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인가. 아니면 내게 주어진 삶

 이다. 잘못 살아온 것 아닐까하는 의심이 정말 잘못 살게 한  인가. 간명하게 말하자면 전자는 욕망이고 후자는 현실이다.
 다. 반성은, 망상이다. 아무 데서나 피는 들꽃은 언제 어디서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속담의 역설
 도 최고가 아니었으나, 언제 어디서나 최선이었다.     적 의미는 가뭄에도 콩은 난다는 것이다. 세월은 절대 생명을
 인간이 밥을 먹는 까닭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  봐주지 않는다. 그러니 반성할 시간에 도전하는 것이, 매정한
 다. 잠을 자는 이유도 마찬가지. 불면증에 시달리든 양질의   세월에 대처하는 도리다. 침울하거나 억울할 때마다, 이놈의

 수면을 위해 병원에 돈을 투자하든, 결국엔 잘 수밖에 없는   비루한 육신을 거둬 먹이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헤모
 것이다. 살아가는 이유 역시, 죽네 사네 속을 끓여도 기어이   글로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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