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6년 7월호 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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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 있는 위빠사나-사마타 수행법에서는 중생이 수다원– 며, 그 닦음이 만약 점점 닦아야 할 것이라면 어째서 돈
사다함–아나한–아라한이라는 단계별 수행 차제 (次第)가 방 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편으로 마련되어 있지요. 지금 위빠사나 수행은 훨씬 더 세밀 “돈오라는 것은 범부가 미혹했을 때, 사대 (四大)를 몸으로
한 수행체계를 말하고 있답니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자상한 삼고, 망상을 마음이라 하여 자기의 성품이 참 법신 (法身)
면이 장점이나 한편으로는 매우 복잡하고 단계적이지요. 임을 알지 못하고, 자기의 신령한 지혜가 참 부처인 줄을
북방불교권에서도 교학은 중생이 부처되는 양변에서 닦아 알지 못해서 마음 밖에서 부처를 찾아 물결치듯이 흘러
가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육조 혜능 대사가 정립한 선 (禪)은 다니다가 갑자기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바른 길로 들어가
오직 깨달음세계인 본래성불과 현실극락 입장만을 진실로 보 한 생각에 심광(心光)을 돌이켜서 자기의 본성을 보면, 이
고 그외 중생과 부처, 깨달음과 미망 등 양변은 방편, 손가락 성품에는 본래 번뇌가 없고, 번뇌가 없는 지혜의 성품이
으로 봅니다. 선을 정립한 육조 스님이 중국 남쪽 변방에서 본래 스스로 갖추어져 있어서 모든 부처님과 더불어 털
법을 펼 때, 북쪽 낙양과 장안 등에서 크게 활약한 분이 바 끝만큼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돈오라 하는 것이다.
로 점수(漸修)법을 대표하는 신수(606~706) 대사입니다. 『육조 점수라는 것은 비록 본래의 성품이 부처와 다르지 않음
단경』에는 이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 을 깨달았으나 오랜 세월의 습기 (習氣)는 갑자기 제거하
수 대사는 오조 홍인 문하에서 결국 깨치지 못한 인물로 기 기 어려우므로 그 깨달음에 의지해 닦고 점점 익혀서 공
록되어 있습니다. 을 이루고, 또 오랫동안 성인의 자질을 잘 길러나가야 성
깨달음에 대한 점수 입장은 이후 규봉종밀 (780~841) 스님 인이 되는 것이므로 점수라 하는 것이다.
에 의해 집약되었고, 우리나라에는 보조지눌(1158~1210) 스님 비유하자면 어린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모든 기관이
이 소개하였습니다. 흔히 보조 스님의 대표 저작으로 소개되 갖추어져 어른과 다르지 않지만 그 힘은 충실하지 못하
는 『수심결 (修心訣)』에는 돈오점수 견해가 정리된 구절이 있습 므로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성인 (成人)이 되는
니다. 조금 길지만, 워낙 중요한 대목이라 소개합니다. 것과 같다.”
- 보조 스님 『수심결』에서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의 두 문이 모든 성인(聖人)이 밟
아온 길이라 하였습니다. 『수심결』에는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이 있고, 범부와 성인도
깨달았다면 이미 돈오한 것인데 어째서 점점 닦아야 하 있지요? 벌써 이러면 중도불이의 선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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