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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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 『임제록』 출간을 포기한 주된 이유였
습니다.
‘어록의 왕’이라는 『임제록』을 강의하신 큰스님의 뜻이 있
으실 텐데 그것의 출판을 포기하는 제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그 작업을 못하고 떠나는 제 마음도 큰스님께 크게 죄송한
마음이 될 것이라고 마음속에 묻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일
덕 스님에게서 제가 포기했던 큰스님의 『임제록』 법문의 녹
취록을 받아들게 되니 고맙고 감사하고 무어라 기쁨을 표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째 수좌가 그런 생각을 다 하게 되었노. 정말 수고하고
큰일 했다. 잘 정리해서 출판하게 되면 나도 너거 노스님께
죄송한 마음을 덜고 내려놓게 되겠제.”
그리고 일엄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한문 실력이 없으니 게송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
던데 그것을 어떻게 찾아 잘 정리하게 되었노?”
“예! 요새는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어 ‘시베타’라고 하는 한
문 원전을 찾아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단어나 한
문장만으로도 검색을 하면 원문을 다 찾아볼 수 있어서 일덕
스님 녹취록에서 단어를 찾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녹취록을 받아든 기쁨에 밤낮을 잊고 읽어 나갔
습니다. 일덕 스님을 거친 녹취록이 일엄 스님의 손을 거치면
서 정리가 돼 제가 좀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
체 1/3은 큰스님의 자세한 평석이 있지만 나머지 2/3는 비어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은 그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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