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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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어떠한가?
석가는 거꾸러져서 삼천리 밖으로 물러나고
마왕 파순이 법왕의 자리에 앉아 있구나.
억! 억! (성철 스님이 연이어 고함치셨다.)
예전 조사스님들이 늘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큰스님의 도덕을 중하게 여기지 아니하고 나
를 위해서 설파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
이 말씀은 마음 깨치는 법문을 할 때는 대중들이 알아
듣고 못 알아듣고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오직 본분사로
만 제시할 뿐이지 절대로 해석을 하든가 해설을 하든가 설
파를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깨치는 화두 공부는 본시 설
파할 수도 없지만 설사 해설한다고 해도 이익보다 사람들
을 다 죽이고 마는 것이기 때문에 법을 거량할 때는 절대
로 설파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설파한다면 이것은 법문
이 아니고 법을 다 부숴버리는 것입니다.
법문하시는 큰스님이 거룩하고 또 거룩하지만 그 도덕보
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직
본분사로만 사람을 상대할 뿐 한마디도 해설을 하든가 알
아듣기 쉽게 하기 위한 설파를 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조주 스님도 늘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약 근기를 보아서 법을 설한다면 저절로 삼승십이분
교가 벌어진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본분사(本分事)로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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